황홀과 도추

2016. 11. 5. 08:09Essay

황홀과 도추 


회사에서 양평으로 워크샵을 갔다. 금요일 오후 3시경에 도착을 했다. 우리가 간 곳은 팬션 마을이었는데, 단체 손님을 받기 위해서 크게 지어진 통나무 집이 띄엄띄엄 지어져 있었다. 자갈밭으로 된 마당은 넓직해서 들어오는 차들이 하나씩 자리를 잡고 있었다. 우리 직원들도 하나 둘씩 도착하고 있었다. 모두들 각자 차들을 가져오는 바람에 놀러가면서 조수석에 아무도 없이 운전만하다 왔다. 남자들만 10명정도였는데, 먹을 것을 냉장고에 다 채워넣고는 한명이 자리를 잡자마자 소주병을 하나 깠다. 한쪽에서는 티비를 켜고 '(최)순실의 시대'에 터져나오는 뉴스를 흥미롭게 보고 있었다. 그래도 워크샵인데 단체 활동을 아무것도 안하고 있자니 좀 그랬다. 


족구라도 하기로 하고 힘들게 족구장을 하나 확보했다. 3:3으로 팀을 짜서 족구를 했다. 족구장은 산턱 바로 밑에 있었는데, 딱 족구장 크기 만큼 확보되고 한발만 뒤로 가면 바로 언덕이 있어서 불편했다. 서브를 받을라치면 뒤로 자빠지고 나무에 걸리고 난리가 아니었다. 그래서 더 재밌었는지 모른다. 두 경기를 했는데 한번은 이기고 한번은 지고 했던것 같다. 좀 아쉬웠는지 우리는 마지막으로 다시 4:4로 팀을 먹고는 내기 경기를 했다. 나는 욕심이 많아서 지는게 싫다. 내기가 걸리면 그래서 꼭 힘이 잔뜩 들어간다. 이번에도 결적적인 마지막 순간에 헛발질을 하고 한번은 발에 힘이 잔뜩 들어가서 공이 나가버렸다. 결국 졌다. 재밌게 할 수 있는 경기를 왜 그렇게 승부에 집착하면서 망쳤는지 기분이 더러웠다. 결정적으로 어이없는 플레이를 한 것을 들켜버린 것이 너무 창피했다. 경기가 끝나고도 그 생각이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내기를 했기 때문에 상품에 눈이 멀어서 그랬나. 아니면 꼭 이겨서 그래 oo는 정말 잘해라는 소리를 기어이 듣고 싶어서 그랬나. 그렇게 내가 나를 생각할 때는 '자아'라는 모습이 꼭 있다. 그런데 그 자아는 이렇게 어떤 결과를 얻으려고 할 때 꼭 미쳐서 날뛴다. 반면에 황홀(엑스터시)와 '도추'라는 것은 어떤 일의 결과가 아니라 내가 다른 지점으로 변화해 나가는 그 순간을 말한다고 한다. 그러니 이건 결과에 휘둘리는게 아니다. 매번 어떤 순간에서 희열을 가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참 마음대로 안된다. 결과에 대한 욕심만 버린다면 매 순간을 즐길 수 있을텐데.


이 책을 다시 읽어봐야 겠다. 망각과 기억/강신주-장자 읽기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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