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의 함정

2016. 10. 28. 09:45Essay

결과의 함정


뭔가를 잘하고 싶을 때 우리는 보통 동기부여를 한다. 어떤 달콤할 결실 같은거다. 물질적 보상 혹은 남들의 찬사와 같은. 그러나, 그 달콤한 결실은 늘 행동에 대해서 걸림돌 역할을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이어트를 생각해보면 결실은 5-10킬로 그램을 빼는 것일 거고, 영어를 생각해보면 토익900점? 혹은 프리토킹이 되는 것 정도겠다. 하지만 그걸 위한 과정과 행동은 꾸준하기가 쉽지 않다. 연초에 큰 기대를 걸고 다이어트 식단이나 보조식품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열심히 운동을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매일 체중계를 쳐다본다. 꾸준히 체중이 줄어준다면 힘이 날테지만 그럴일은 거의 없다. 그래서 체중계만 쳐다보다가 제풀에 지쳐서 결국 포기를 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영어도 나름 꾸준히 한다고 하지만 그게 결실로써 다가오기는 거의 힘들다. 시험점수를 올리겠다고 하면 오히려 쉬울지도 모르겠다 한두달 바짝하면 일정 수준은 점수가 나올테니까, 하지만 영어를 잘하겠다.고 생각하면 결실이 손에 잡히기는 정말 힘들거다. 그러니까 열심히 하다가도 결국은 지쳐서 포기하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생활화하고 습관으로 만들 수 있는지에 집중한다. 그리고 결실에 대해서는 생각 안 할수록 좋다. 다이어트를 생각하면서는 체중계를 보기보다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습관을 만든다. 그리고 그 습관이 일주일 실천되었으면 그걸로 된거다. 한달, 세 달 되었으면 된거다. 그렇게 지속할 수 없는 습관이라면 문제가 있는거다. 내 생활과 맞지 않는거다. 매일 퇴근이 늦고 야근하고 출장이 많은 직장인이 헬스장을 끊고, "그래, 일주일에 세번은 반드시 가리라" 라고 다짐해봐도 절대 안된다. 아니 지속은 안된다. 그렇게 의지는 한계가 있다고 믿는다. 그러니까 결실로 드러나기 힘들더라도 꾸준히 할 수 있는 습관이라도 찾는것이 더 낳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가령, "하루에 윗몸 일으키기 50개씩을 자기전에 하기" 이런걸 지속하는거다. 각종 보조식품 먹고, 헬스장 가고 난리 버거지를 쳐도 대부분의 경우 몇달하다 말게 되지 않았던가. 예전에 VJ특공대에 나왔던가, 50대정도로 보이는 아저씨가 근육질의 몸매를 자랑했다. 이 아저씨는 동네 뒷산에서 평행봉과 턱걸이만 했단다. 그리고 어떤 중년의 얼짱이라는 여성도 쏙 들어간 배에 날씬한 몸내를 뽐냈는데 매일 윗몸일으키기를 했단다.


회사에서 문서 작업을 할때 '결실'을 생각하면 머리속에는 훌륭한 문서가 이미 자리잡고 있는데, 이럴수록 내가 써놓은 한장의 문서가 그렇게 허접할 수가 없다. 그래서 계속 한숨쉬고 왜이렇게 안되지 하다가 자꾸 문서가 쓰기 싫어졌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방금 쓴 문서의 결과를 생각하지 말고 "매일 한단락 씩이라도 반 페이지라도 문서를 쓴다"라는 약속을 하고 지속해 봤더니, 점점 문서 수준이 올라갔던 경험이 있다. 

결실을 생각할수록 항상 행동과 습관에서 멀어지게 된다. 행동과 습관이 지속되려면 어려운걸 하기보다 부담없이 할 수 있는 것을 짧은 시간 할 수 있는 것을 하는게 낳다. "하체를 튼튼히 해야지"라는 목표(결실) 보다는 "매일 사무실 8층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지"를 하는게 낳다. 그런데 중간에 꼭 하기 싫어진다. 전날 술을 먹은 경우도 잠을 못자서 피곤한 날도 있다. 이럴 때 한 두번 안하면 영영 손을 놓게 된다. 손을 놓지 않게 하자는 거다. 정 피곤한날은 제끼더라도 다음날은 8층을 가기 싫어서 그냥 걸어갈까 하는 생각이 들때, "오늘은 3계단만 가자" 이렇게 생각하고 하면 절대 손을 놓게 되지 않는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저 멀리있어서 절대 안 잡힐 이상, 결과, 결실을 생각하고 안써지는 글을 쥐어짜기 보다는 '매일 출근길에 책 한장이라도 보자'. 혹은, '매일 한단락 이라도 떠오르는 걸 글로 써보자' 이게 더 낫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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